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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문의 일 2026. 10. 02

더 잘하고 싶어서 경주로 도망쳤어요.

밤에 조명을 받은 경주 첨성대

벌써 금요일이네요.
다들 한 주 잘 보내셨나요?

지난 몇 주간
저는 좀 많이 지쳐 있었어요.

사실 지친 것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글 한 줄 쓰는 것도 버겁더라고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2주를 그냥 방황했습니다.

그러다 결국,
경주로 떠났습니다.

제 평생에 자발적으로 간
2박 3일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20대엔 사는 것 자체가
너무 버거워서 여행을
가볼 생각도 못 했고,

30대엔 여행을 간다는 건
스스로를 나태하게
만든다고 생각했어요.

흐린 하늘 아래 경주 대릉원 고분과 나무

01요즘 저는 '어사이드'라는 AI 툴로 매일 인사이트를 3개씩 받아보고 있어요.

주제가 흥미가 없으면
그냥 지나치기도 하는데

오늘 문득 메일함을 정리하는데
하나가 되게 마음에 와닿았어요.

올리버 버크먼의
<4천 주>라는 책 이야기였습니다.

우리가 80세까지 산다고 해도
인생이 고작 4,000주밖에
안 된대요.

숫자로 보니까
되게 적어보이죠.

그런데 이 책은
이걸 '그러니까 더 열심히 살라'는
교훈으로 끝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시간이 이렇게 짧으니까,

모든 걸 다 잘해내려는 욕심을
이제 그만 내려놔도 된다는 말이었어요.

'이것도 해야 하는데, 저것도 못 했는데'
하던 저에게
이 말이 좀 위로가 됐어요.

나무 테이블 위에 펼친 책과 연필, 차 한 잔

02그 인사이트에서

제일 공감됐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효율은 함정이다.'
라는 문장이었어요.

이메일을 엄청 빠르게
처리하게 됐더니
무슨 일이 벌어졌냐면

이메일이 더 많이 왔대요.

처리 속도를 올리니까
들어오는 양도 같이 늘어난 겁니다.

남은 건 여유가 아니라
더 빨라진 속도뿐이었고요.

‘이거 완전 콘텐츠 만드는
사람들 이야기잖아?’
하고 생각했어요.

더 빠르게, 더 퀄리티 있게
콘텐츠를 만들면

여유가 생길 줄 알았는데,
올려야 할 콘텐츠만 더 늘어나요.

어제의 성과가
오늘의 최저 기준선이 되고요.

저는 그 기준선을
혼자 계속 올리다가
지쳐버린 거였습니다.

03'딴짓'은 게으름이 아니라 '회피'라고 합니다.

정말 중요한 일을
하려고 하면,
내 한계를
마주하게 되잖아요.

'내가 이걸 해낼 재능이 있나.'

'이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그게 두려워서
차라리 안 중요한 딴짓으로
도망친다는 거예요.

이 얘기가 공감이 되었어요.

저는 일이 막히면
괜히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도와주면서 회피를 하거든요.

도와주는 것 자체가 주는
즐거움도 있고 성취감도
있으니까요.

사실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잘해야 할 일들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을
마주할까 봐’

무서워서였으면서요.

04경주에서 돌아오면서 생각을 좀 정리했습니다.

번아웃은
제가 게을러서
온 게 아니었어요.

오히려 너무 많은 걸
놓치지 않으려고
전부 붙잡고 있어서였어요.

무언가를 놓치는 건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게 내 선택을
의미 있게 만든다고 하더라고요.

다 할 수 있으면
어떤 선택도 무게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번에
'4일 쉬기'를 선택했어요.

그리고 그 선택이
생각보다 저를 많이 살렸습니다.

혹시 지금 여러분도
너무 많은 걸 붙잡고
지쳐 있다면

무엇을 더 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을지
정해보시는 건 어떤가요?

그게 생각보다
내게 여유를 주더라고요.

다음 주엔
조금 더 가벼워진 모습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오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