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잘하고 싶어서 경주로 도망쳤어요.

벌써 금요일이네요.
다들 한 주 잘 보내셨나요?
지난 몇 주간
저는 좀 많이 지쳐 있었어요.
사실 지친 것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글 한 줄 쓰는 것도 버겁더라고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2주를 그냥 방황했습니다.
그러다 결국,
경주로 떠났습니다.
제 평생에 자발적으로 간
2박 3일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20대엔 사는 것 자체가
너무 버거워서 여행을
가볼 생각도 못 했고,
30대엔 여행을 간다는 건
스스로를 나태하게
만든다고 생각했어요.

01요즘 저는 '어사이드'라는 AI 툴로 매일 인사이트를 3개씩 받아보고 있어요.
주제가 흥미가 없으면
그냥 지나치기도 하는데
오늘 문득 메일함을 정리하는데
하나가 되게 마음에 와닿았어요.
올리버 버크먼의
<4천 주>라는 책 이야기였습니다.
우리가 80세까지 산다고 해도
인생이 고작 4,000주밖에
안 된대요.
숫자로 보니까
되게 적어보이죠.
그런데 이 책은
이걸 '그러니까 더 열심히 살라'는
교훈으로 끝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시간이 이렇게 짧으니까,
모든 걸 다 잘해내려는 욕심을
이제 그만 내려놔도 된다는 말이었어요.
'이것도 해야 하는데, 저것도 못 했는데'
하던 저에게
이 말이 좀 위로가 됐어요.

02그 인사이트에서
제일 공감됐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효율은 함정이다.'
라는 문장이었어요.
이메일을 엄청 빠르게
처리하게 됐더니
무슨 일이 벌어졌냐면
이메일이 더 많이 왔대요.
처리 속도를 올리니까
들어오는 양도 같이 늘어난 겁니다.
남은 건 여유가 아니라
더 빨라진 속도뿐이었고요.
‘이거 완전 콘텐츠 만드는
사람들 이야기잖아?’
하고 생각했어요.
더 빠르게, 더 퀄리티 있게
콘텐츠를 만들면
여유가 생길 줄 알았는데,
올려야 할 콘텐츠만 더 늘어나요.
어제의 성과가
오늘의 최저 기준선이 되고요.
저는 그 기준선을
혼자 계속 올리다가
지쳐버린 거였습니다.
03'딴짓'은 게으름이 아니라 '회피'라고 합니다.
정말 중요한 일을
하려고 하면,
내 한계를
마주하게 되잖아요.
'내가 이걸 해낼 재능이 있나.'
'이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그게 두려워서
차라리 안 중요한 딴짓으로
도망친다는 거예요.
이 얘기가 공감이 되었어요.
저는 일이 막히면
괜히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도와주면서 회피를 하거든요.
도와주는 것 자체가 주는
즐거움도 있고 성취감도
있으니까요.
사실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잘해야 할 일들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을
마주할까 봐’
무서워서였으면서요.
04경주에서 돌아오면서 생각을 좀 정리했습니다.
번아웃은
제가 게을러서
온 게 아니었어요.
오히려 너무 많은 걸
놓치지 않으려고
전부 붙잡고 있어서였어요.
무언가를 놓치는 건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게 내 선택을
의미 있게 만든다고 하더라고요.
다 할 수 있으면
어떤 선택도 무게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번에
'4일 쉬기'를 선택했어요.
그리고 그 선택이
생각보다 저를 많이 살렸습니다.
혹시 지금 여러분도
너무 많은 걸 붙잡고
지쳐 있다면
무엇을 더 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을지
정해보시는 건 어떤가요?
그게 생각보다
내게 여유를 주더라고요.
다음 주엔
조금 더 가벼워진 모습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오문 드림